10년 만에 새 직장에서 일을 시작한다는 것.
아이를 출산 후 육아휴직을 들어갔고, 다시 복직 할 줄 알았습니다. 하지만 돌이 안된 아이를 두고 복직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웠죠. 친정 엄마는 돌아가셨고, 시어머니는 간호사로 요양병원에서 일을 하고 계셨어요. 그래서 과감히 퇴사를 결심합니다. 그 뒤 6년이 지났어요. 아이는 6살이 되었고, 우리 가정은 오래된 빌라에서 전세로 6년을 살다가 분양 받은 아파트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했습니다.
아이를 육아하면서 지역아동센터 등에서 수업하며, 온라인으로 한국어 수업도 하고, 전 직장에서 알바 요청을 할 때마다 일을해서 소소한 수입으로 생활비를 벌었습니다. 생애 최초 내 집에서 새로운 시작. 말이 생애최초의 우리 집이지, 은행에서 대출 받아 매달 나가는 이자와 관리비에 그저 앞이 암담 했습니다. 우리가 매달 나가는 이 지출을 감당할 수 있을까?
정말 울면서 기도했습니다. 다행히 이사한 집 근처에 파트타임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직장을 구했고 하루 5시간 일하게 되었습니다. 한낱 생활비를 좀 보태는 정도였지만 그게 어딘가요. 4대보험이 되는 5시간 정직원이니 감사했죠. 퇴근하고 약간의 개인시간을 가진 후 아이를 하원시킬 수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감사했습니다.
물론 지금은 또다른 불만과 어려움을 토하고 있지만요. 저는 제가 자존감이 많이 회복된 줄 알았습니다. 아이 엄마로써 강해져야 한다는 마인트컨트롤도 많이 했죠. 다른 사람에게 인정 받고, 관심 받기 위해 노력했죠. 그래도 타인의 관심을 호소하느라 눈치보는 것을 안 한다고 생각했습니다. 그래서인지 면접을 보러가도 떨리지도 않았죠. ‘뽑아주면 감사히 열심히 일할 자신있다. 그렇지 않더라도 다음에 또 좋은 기회가 있겠지.’ 긍정적인 생각이 이제 몸에 벤듯했죠.
저는 저와 가깝지 않은 사람들의 시선과 판단은 그렇게 신경쓰지 않습니다. 문제는 내가 그 사람과 인사를 나누고 하루에 2~3번 마주친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. 신경쓰입니다. 내 인사를 기분좋게 받아주는지, 말투, 시선, 행동 하나하나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.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고 생각합니다.
일 한지 2주가 됐을 때, 직장에서 나보다 한참 어려보이는 친구가 고참이라는 이유로 냉정하게 말을 하는 거예요. 인사도 쌩… 어느누구도 그러는 사람이 없으니 냉정한 태도가 더 거슬렸습니다. 나를 어디서 본 적이 있는가. 내가 안 좋은 기억을 주었나? 뭐지 저 태도는? 아마 그 사람은 단지 나라는 사람에게 관심이 없었을 뿐이겠죠. 하지만 내가 탈의실을 나가기 전에 커튼을 쎄게 확 쳐버리자 뭔가 차단당한 느낌이 들었습니다.
10년이 넘도록 같은 직장에서만 일하다가 너무 오랜만에 새로운 직장에서 새로운 일로, 새로운 사람들을 하루에 몇십명을 마주쳐야 하는 상황인데, 좀 안정감을 느끼고 싶었는데 말이죠. 저는 회복 탄력성이 좋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멘탈이 바스스 부서지는 기분이란…
뭐 신랑이 그럴 수도 있지.. 다른 의도는 없을거야. 신경쓰지마. 그 말을 듣고 더이상 신경쓰는 것을 차단하기로 합니다. 왜…
“미움받을 용기”라는 책이 있잖아요. 나는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필요가 없는거죠. 그 사람은 그 사람의 감정, 나는 내 감정만 잘 추스리면 되는 것. 더이상 다른 사람에게 나를 끼워 맞추려고 생각에 늪에 빠지지 않을래요.
“저 사람은 왜 저렇게 반응하지? 내가 뭐 잘못했나?” 이런 생각보다 “싫을 수도 있는가보다. 다른 일이 있어서, 다른 생각을 하고 있어서, 아이고 일에 넘 집중해서 그런가보다, 고참이 나한테 신경 쓸 이유도 아는체 하는 것도 피곤한갑네”—>>> 이렇게까지 생각할 필요도 없을 듯
미움받을 용기를 가지고, 다시 훌훌 털고 일어나야지요. 내가 마음에 안 든다고 그 사람 마음에 찾아들어가 하트를 만들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, 지나가는 인연 중 한 사람일 뿐이니까요. 그보다 내 가족과 가까운 사람을 더 신경써야겠어요. 어느정도 타인과 거리를 두는 훈련은 유익합니다. 다른 사람에게 지나치게 관심을 가지는 것을 내려놓아야 겠어요.